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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 낯섦 속 따뜻했던 순간들

by mynote2440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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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인연, 낯설지만 잊히지 않는

여행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관광지도, 음식도, 풍경도 좋지만.
머릿속에 오래 남는 건 우연히 스친 얼굴들이었다.

첫 번째 사람은 오사카 난바역에서 만났다.
표 자동발매기 앞에서 당황하고 있었을 때였다.
어디선가 다가온 중년의 남성이 나를 바라보며 서툰 영어로 말을 걸었다.
“도와드릴까요?”
그 한마디에 나는 마음을 놓았다.

그는 손짓과 미소로 방향을 알려줬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표를 구매하고 사용법을 보여주었다.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을 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일본에 오신 걸 환영해요.”
그 순간, 나는 ‘환영받고 있다’는 기분에 괜히 눈가가 시큰해졌다.

관광지가 아닌 일상 속에서 마주한 친절함.
그건 ‘여행자’라는 나의 입장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교토에서의 조용한 대화, 차 한 잔의 여운

교토의 어느 오후.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찻집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말차 라떼를 앞에 두고, 천천히 여행 일정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할머니가 불쑥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신가요?”
또박또박한 일본어였지만, 어쩐지 따뜻하게 들렸다.

나는 짧은 일본어와 손짓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쉬운 단어들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오늘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
교토는 봄이 제일 아름답다는 이야기.
그녀가 젊었을 때 한국에 가본 적 있다는 이야기.

대화는 길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지막에 내게 작은 종이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과자가 들어 있었다.
“집에서 만든 겁니다. 기념으로 받아주세요.”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과자보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건넨 환대.
그건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마음의 풍경이었다.

사소하지만 깊었던 순간들, 기억의 조각으로 남다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가는 날.
비행기 시간이 남아 근처의 작은 서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한국어 책 한 권을 진열대에서 발견했다.
놀라워하며 책을 들여다보는 내 옆으로 서점 직원이 다가왔다.

“이 책, 인기 있어요.”
그녀는 한국어로 말했다.
나는 놀라며 “한국말 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눈 대화는 너무 따뜻하고 즐거웠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내게 명함을 건넸다.
“다음에 오시면 또 들러 주세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
나는 그 명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거기엔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손글씨로 적힌 한 줄.
“건강히 돌아가세요. 좋은 여행 되셨기를.”

여행이 끝났지만.
그 순간들은 내 안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관광지도 아니고, 기념품도 아니고.
그저 우연히 마주쳤던, 사람들.

이름도 모르고, 다시 볼 일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여행길에 그런 ‘작은 따뜻함’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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