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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일본 사계절 여행 후기, 계절마다 다른 감성과 추천 도시 정리

by mynote2440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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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벚꽃이 아니라 공기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 일본을 찾은 계절은 봄이었다.
사쿠라 시즌의 일본은 모든 게 분홍빛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꽃보다 ‘공기’였다.

교토의 철학의 길을 걸으며 마주했던 바람.
벚꽃잎이 흩날리는 골목을 걷던 순간.
그 향기와 소리, 그리고 햇살의 각도까지.
모든 요소가 봄의 정서를 정확히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선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젊은 커플, 가족 단위의 피크닉, 혼자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듣던 사람까지.
그 모든 모습이 일본의 봄을 다채롭게 채우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얇은 트렌치코트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는 계절이었다.

여름, 더위 속에 숨어 있는 생명력

일본의 여름은 덥다.
하지만 그 덥다는 표현 안에 ‘에너지’가 있었다.
후쿠오카의 모모치 해변에서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다는 그만큼 투명했다.

오사카에서는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나막신 소리, 찻집의 시원한 수박빙수, 거리마다 들리는 세미의 울음.
모든 것이 생생했다.
여름은 정적인 감성보다 동적인 기억을 남긴다.

밤이 되어도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거리엔 불빛이 길게 늘어지고, 사람들의 대화도 느릿해졌다.
그 여름밤의 공기는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가을, 일본 여행의 가장 깊은 계절

가을은 일본을 가장 사랑하게 되는 계절이었다.
특히 교토는 그 매력을 극대화하는 도시다.
아라시야마의 단풍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저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고즈넉한 절과 사찰의 돌계단 위에 쌓이는 낙엽.
붉게 물든 산책로,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
그리고 단풍잎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고요함.
이 모든 장면은 ‘가을’이라는 감정을 정교하게 빚어낸다.

도쿄 근교의 가와고에도 추천한다.
작은 전통 거리와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에 단풍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곳에선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겨울, 가장 조용한 감동의 계절

겨울의 일본은 낮고 조용하다.
사람들도 말수가 줄고, 풍경도 흑백처럼 변한다.
하지만 그 안엔 독특한 감동이 숨겨져 있다.

삿포로 눈축제에서 본 눈 조각상은 압도적이었다.
하얀 세상 속에서 빛나는 조명, 축제의 열기.
그 반대편에서는 홋카이도 오타루의 운하 옆 조용한 산책로가 있었다.
한쪽은 북적이고, 한쪽은 고요하다.
둘 다 ‘겨울’이었다.

도쿄의 겨울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오히려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인상적이었다.
신주쿠 공원에서 바라본 겨울 햇살은 강하지 않지만 선명했다.
그 빛 아래 앉아 손을 녹이며 따뜻한 캔커피를 마시는 시간.
짧았지만 선명했다.

겨울은 일본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말수 줄고, 음악은 느려지고, 감정은 깊어진다.
그 계절의 무드는 가장 사적인 여행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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