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부터 느껴지는, 낡음의 아름다움
전통거리.
그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번 일본 여행의 첫날, 나는 일부러 화려한 도심 대신 교토의 전통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천천히 걷기'.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골목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돌바닥의 질감, 나무로 된 외벽, 종종 들리는 목탁 소리.
모든 것이 도시의 리듬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첫 인상은 조용함이었다.
차가 없고, 사람들의 말소리마저 낮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가게마다 대나무 발이 드리워져 있었고.
손글씨로 적힌 가격표, 연등 모양의 조명.
그 안에서 나는 관광객이 아닌, 잠시 머무는 동네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 거리만큼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스며들듯 걷는 감성, 일상이 된 풍경
야사카 신사부터 니넨자카, 산넨자카로 이어지는 코스는 길지 않지만 마음을 깊게 만든다.
지나가는 이들이 거의 다 조용히 걸었다.
속도를 맞추는 사람도, 나처럼 길을 여러 번 되짚는 사람도 있었다.
찻집에 앉아 말차 한 잔을 시켰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바깥의 풍경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전통 복장을 한 여성들, 유카타를 입은 외국인 커플.
골목 끝에서 느리게 걸어오는 할아버지의 걸음마저 이 거리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작은 도예 공방.
주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작업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도자기 하나를 빚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손의 감각.
그 손끝에서 전해진 따뜻함은 물건보다 더 오래 남았다.
산넨자카의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거리.
기와 지붕의 행렬, 나무 간판, 오래된 커튼.
모든 것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거리엔 현대와 과거가 억지로 섞이지 않았다.
그저 함께 존재할 뿐이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기억나는 길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기온 거리였다.
해질 무렵의 기온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전통 가옥 사이로 붉은 등이 하나둘 켜지고.
기모노를 입은 이들의 발걸음이 천천히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멈췄다.
사진도 찍지 않고, 핸드폰도 꺼내지 않고.
그저 서 있었다.
그 풍경 안에서 내가 하나의 배경이 되는 기분.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소리는 있었지만 조용했다.
바로 그런 이중성이 전통거리의 진짜 매력이었다.
돌아오는 길.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손수 만든 손거울 하나를 샀다.
크게 쓰여 있는 글씨.
“기억은 발걸음으로 남는다.”
그 문장을 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일본 전통거리에서 나는 ‘보고 걷는’ 여행이 아닌 ‘느끼고 머무는’ 여행을 했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 안에서 스스로와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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