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먼저 반응하는 일본의 첫 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먹는 것’이었다.
몸보다 입이 먼저 반응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며 느껴진 건 음식 냄새였다.
그 익숙하고 따뜻한 향.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일본만의 정서.
첫 끼는 오사카 도톤보리의 타코야끼였다.
정말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면서도 후회는 없었다.
익어가는 밀가루 반죽과 문어, 가쓰오부시의 향이 주변 공기를 가득 채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흘러내리는 소스와 마요네즈의 조화.
그건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었다.
오사카라는 도시의 인사를 음식으로 받는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은 ‘이자카야’에서 마무리했다.
작은 목제 간판이 걸린 골목 안 숨어 있는 가게였다.
야키토리와 함께 나온 일본식 계란말이.
부드럽고 달큰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단정한 맛이 혀끝에 남았다.
생맥주 한 잔과 함께,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도쿄의 속도와 함께한 다양한 맛
도쿄에 도착한 둘째 날.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향한 곳은 스시 전문점이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작은 가게였고.
자리에 앉자마자 셰프가 정성껏 준비한 초밥이 하나씩 올려졌다.
참치, 방어, 성게, 장어.
모든 재료는 제철이었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생선의 결.
샤리(초밥 밥)의 온도와 간장의 염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건 미각의 경험을 넘어선 ‘예술’이었다.
점심은 우연히 발견한 카레 전문점에서 해결했다.
일본식 카레는 맵지 않다.
대신 깊고 진하다.
약간의 단맛과 야채의 농축된 향.
돼지고기 커틀릿이 올라간 카레라이스는 단순한 조합 속에서도 풍성함을 품고 있었다.
저녁은 라멘이었다.
돈코츠 국물에 얇은 면이 부드럽게 감겨 올라왔다.
파, 목이버섯, 차슈의 밸런스.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도쿄의 밤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이 도시는 속도만 빠른 게 아니었다.
맛도, 감정도, 아주 깊었다.
다시 가고 싶은 그 맛, 일본 맛집의 기억
마지막 날 아침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시작했다.
단순한 한 끼였지만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구운 연어, 절임 반찬, 흰밥.
소박했지만, 그 안엔 정성과 디테일이 담겨 있었다.
점심은 후쿠오카에서 찾은 돈카츠 전문점.
두툼한 고기에 바삭한 튀김옷.
한입 베어물자 육즙이 가득 터졌다.
곁들여진 양배추 샐러드와 깨를 갈아 넣은 특제 소스.
이 모든 조화가 그 한 접시를 예술로 만들고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한 끼는 소바였다.
차가운 메밀면을 특제 간장 소스에 살짝 담가 먹었다.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맛.
여운이 긴 음식이었다.
소바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이번 여행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일본 여행에서 음식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였고, 대화였으며, 기억이었다.
각 도시에서 먹은 음식 하나하나가 그 공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맛집이라는 이름을 넘어, ‘그 순간을 함께한 장소’로 남았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도, 문득 입 안에 맴도는 그 맛이 그립다.
타코야키의 바삭한 겉면.
초밥의 사르르 녹던 식감.
카레의 깊은 온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웃게 했던 그 한 숟갈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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