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부터 편안했던 도시, 후쿠오카
비행시간 1시간 20분.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도시 중 하나다.
그 짧은 비행만으로 전혀 다른 풍경과 분위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후쿠오카는 매력적인 시작점을 갖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감할 수 있는 건 여유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바쁘지 않다.
사람들도, 거리도, 공기마저도 부드럽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먹고, 느낄 수 있었다.
첫날 오후에는 캐널시티 하카타로 향했다.
쇼핑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테마파크 같았다.
분수 쇼와 아기자기한 조명, 길거리 공연까지.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저녁은 텐진 지하상가에서 해결했다.
길게 늘어선 라멘 가게 중 한 곳에 들어갔다.
진한 돈코츠 국물과 부드러운 면.
파와 차슈가 풍미를 더해주었다.
그 한 그릇에 담긴 후쿠오카의 정서가 몸을 천천히 데워주었다.
소도시의 여유 속으로, 둘째 날 산책
둘째 날은 후쿠오카 타워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도시와 바다가 만나는 장면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특별했다.
해안선의 곡선, 낮게 흘러가는 구름.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타워를 내려와 모모치 해변까지 천천히 걸었다.
모래는 곱고, 바다는 잔잔했다.
관광객보다 현지 가족들과 연인들이 많았다.
그들 사이에서 나 역시 잠시 그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점심은 하카타역 근처의 우동 가게에서 해결했다.
메뉴는 단순했다.
가마아게 우동 한 그릇과 덴푸라 몇 개.
하지만 그 정갈함 속에서 묘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오후엔 오호리 공원으로 향했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조용히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냈다.
현지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아이들이 오리를 쫓으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녁은 텐진의 이자카야에서 마무리했다.
야키토리와 사케 한 잔.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 속에서 따뜻한 미소로 맞아준 점원 덕분에 기분 좋은 식사가 되었다.
떠나는 날, 남겨진 여운의 무게
셋째 날 아침.
비행기는 오후였지만, 일찍부터 가방을 정리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로 ‘구시다 신사’에 들렀다.
작지만 정갈한 신사.
소원을 빌고 손을 모으며 조용히 여행을 정리했다.
근처 골목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여행 노트를 펼쳤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몇 줄 적었다.
‘빠르지 않아서 좋았다.’ ‘작아서 더 깊었다.’ ‘소도시의 따뜻함이 마음을 채워줬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
후쿠오카는 화려한 관광지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었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도시.
그리고 그 일상에 내가 잠시 머물다 간 느낌.
2박 3일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의 밀도는 꽤 짙었다.
거리를 걷고, 음식을 먹고,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 느려졌고.
조금 더 단순해졌으며.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는 그렇게 조용히, 하지만 깊게 남았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일정표도 없이, 그저 그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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